가지고 있던 종이책들을 모두 스캔하여, PDF 화하고, 이를 서버에 보관하여 나만의 전자도서관을 만든 경험을 소개한 바 있었다. 그렇게 방안 한쪽 벽면을 가득하게 채웠던 종이책들을 모두 버릴 수 있었다. 그러고 나니 방이 넓혀졌고, 시원시원해졌다.
그 후 책들이 있는 방에 들어갈 때마다 나던 특유의 냄새도 없어지고, 간혹 오래된 책에서 나는 먼지와 아주 작은 벌레들도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제 집안에 종이책이라곤 불과 3-4권 정도만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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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지 못하고 여전히 책장 한구석에 남아있던 게 있었다. 바로 학교를 졸업할 때마다 구입했던 졸업앨범들이었다. (오래전 종이 사진들을 모아둔 앨범 사진첩과 함께).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경영 대학원 시절의 앨범들이다. 그리고 중학교 앨범 속에 국민학교 졸업 시 만든 4면짜리의 국민학교 졸업앨범도 들어있었다.
묵직한 앨범들을 들어보면서 내가 언제 이 앨범들을 펴보았던가 하는 생각과, 또 언제 내가 이 앨범들을 열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앨범 사진은 너무나 오래되어서 일부에 오염도 있고, 한쪽 구석에는 종이의 색이 바라기도 했다. 또한 어릴 적에 만든 것이라 보관에 무심했던 탓인지 상태가 많이 안 좋았다.
중학교 졸업앨범 역시 오래된 탓에 조금 흠은 있었지만 내부는 그래도 괜찮았다. 다만 종이 끝부분이 약간 변색되기 시작해서 누렇게 된 상태였다.
그나마 고등학교 앨범은 오래된 느낌은 났지만 그래도 상태가 양호했다.
앨범을 넘겨보면서 어릴 적 생각이 났다. 너무 오래전에 만든 흑백사진들이라 화질이 많이 좋지는 않았다.
대학시절의 앨범은 2중 카바여서 내부 손상은 없었고 외고 나도 좋지만 내부의 종이 끝부분이 누렇게 변색되고 있었다.
한편 졸업앨범들 중 가장 늦게 만들었던 경영 대학원 앨범은 내부는 멀쩡했지만, 너무 무겁게 만들어서인지 외부의 부착물 일부가 이미 손상되어 그대로 보기에 다소 안 좋기까지 했다. 그런데 문득, 정작 공대 대학원을 졸업할 때는 졸업앨범을 만들지도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추억은 우리가 보관하는 물건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의 마음속과 기억 속에 있는 것인데,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앨범들을 어떻게 해야 잘 보관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사이즈가 A3에 가까워 당장 내가 스캔할 수 없는 대학 앨범을 제외하고는 모두 스캔해서 디지털화하기로 했다. 그냥 두면 언제까지 이 사진들을 볼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이즈가 유달리 컸던 대학 졸업 앨범은 좀 미뤄두고, 나머지 앨범들을 하나하나 재단하고 스캔했다. 이들을 재단하고 스캔하는 것은 이전 글에서 소개한 방법을 그대로 이용했다.
사이즈가 유달리 사이즈가 컸던 대학 졸업 앨범을 제외하곤 모두 내가 가진 복합기에서 A4 (또는 Oficio = 215.9 x 317.5mm) 사이즈로 스캔할 수 있었다.
그렇게 졸업앨범들도 책꽂이에서 치워지고, 디지털화되어 NAS 서버로 들어가게 되었다. 스캔 후 종이앨범은 페기했다. 먼 훗날에도 이 앨범들을 열어보고,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릴 수 있기를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