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고 있는 책들을 스캔하여 나만의 전자도서관 만들기, 그리고 종이책 버리기

가지고 있는 책들을 스캔하여 나만의 전자도서관 만들기, 그리고 종이책 버리기

어느 날 문득 책꽂이를 청소하면서 살펴보니, 오래된 대학원 다닐 때 배웠던 교재들이 아직도 일부가 꼽혀있는 것을 보았다. 예전에 전공 서적들을 엄청 버린 적이 여러 차례이긴 한데, “아직도 이런 게 남아있었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영 대학원에서 MBA를 할 때 사용했던 교재들이었다. 이제 필요 없기도 하고, 오랫동안 열어보지도 않았던 책 들인데.. 하는 생각에 어떻게든 정리를 하려고 꺼내어 놓으니 제법 많았다. 무슨 내용이었던가 하고 열어서 살펴보니 다시금 애정이 생기고, 이걸 버려도 되는 것인지.. 아직도 실생활에 적용되는 것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버리기는 버려야 정리가 될듯한데.. 하는 생각을 하다가, 떠오른 생각이 스캔을 해두고 버리자는 생각이었다. 마침 집에 있는 복합기가 50-70장은 자동으로 복사나 스캔을 해주는 기능을 하고 있었기에, 그리 어렵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그 교재들을 모두 스캔하고, 버렸다. 줄어든 책꽂이의 책들을 보면서 속이 후련했다. 예전에는 비록 읽지는 못했어도 책장에 책의 숫자가 늘어가는 것을 보면서 즐거웠는데…

한편 스캔 한 파일은 각가의 책별로 PDF로 만들고, 책의 제목을 파일 이름으로 하여 개인 파일서버에 저장해 두었다. 여전히 해당 내용들을 파일의 형태로 다시 찾아볼 수 있게 되었고, 또한 큰 모니터 화면으로 볼 수 있어서 읽기에 편했고, 침대에서도 태블릿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인터넷만 되면 어느 곳에서든지 해당 PDF를 읽을 수 있었기에, 책에 대한 접근성은 어쩌면 더욱 좋아진 셈이었다.

그 후, 욕심이 생겼다.

교재들을 한 뭉텅이 버리고 나니, 다른 책들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나머지 책들도 마저 스캔하고, 버리면 어떨까? 마침 여름철에는 서재에서 냄새가 나기도 하고, 드물게 책벌레 같은 게 보이기도 하던 차였다.

한편으론 이미 엄청 많이 버렸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수백 권이나 남아있는 책들을 그렇게 하는 게 그게 가능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 다른 한편으론 그 책들을 구입할 때 들었던 비용이며, 종이책 자체가 주는 아날로그 적 느낌이 미련을 가지게도 했다.

우선, 책을 스캔하되, 그냥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특히, 책을 굳이 분해하지 않고, 원래의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스캔할 수는 없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종이책에 대한 아직도 남아있는 미련 때문이었다. 이리저리 찾아보니 그런 방법이 있기는 했었다. 종이책을 분해하지 않은 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핸드폰으로 스캔할 수 있는 vFlat이라는 이름의 모바일 스캐너 앱이 있기는 했다.

https://www.vflat.com/

사용해 본 결과, 기대한 것보다 나쁘지는 않았다. 한 권의 책을 일일이 수동으로 넘기면서 핸드폰으로 사진 찍으면 알아서 화면을 조절한 후 PDF로 만들어주는 방식이었는데, 만들어진 PDF의 품질이 아주 좋지는 않았으나, 글을 읽기에 부족함은 없었다. 그렇지만 일일이 수동으로 해야 했기에, 200여 페이지의 팩을 스캔하는데, 꽤나 시간이 걸렸다.

또한 보다 깨끗하게 스캔할 수 있도록 해주는 조명을 낮은 가격에(<5만 원) 인터넷에서 구입할 수도 있었다. 더구나 블루투스 스위치까지 무료로 함께 주어서, 스캔 작업을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기는 했다.

그런데, 이 방식에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었다. 원래의 책이 그대로 있다는 점이었다. 스캔 후 해당 책을 PDF 형태로 어디서나 볼 수 있게는 되었으나, 여전히 그 책은 나의 책장에 그대로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편해지기는 했어도, 비우는 삶에는 맞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스캔 기법이 문제가 아니라, 종이책을 버릴 내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던 것인 셈이다.

또한 이 방법은 책의 모든 페이지를 일일이 손으로 직접 한 장씩 넘겨야 했기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자동화가 불가능해서, 어쩌다가 한두 권 스캔은 가능할지 몰라도, 수백 권을 그렇게 할 수는 없기도 했다.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책들을 잘라서 자동화된 방법으로 스캔하고, 그 후 다 버리기로.

이렇게 종이책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데까지 몇 달의 시간이 걸렸다. 마음속에서 책이란 종이의 형태가 아니라, 지식이나 정보를 담은 것 그 자체라고, 그래서 그게 영상일 수도, 전자파일일 수도 있다고, 책에 대한 나름의 정의까지 새롭게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과감히 작두를 구입했다. 책을 스캔하기 좋게 과감히 낱장의 종이들로 분해하기 위해서였다.

10여만 원 정도 했던 것 같다. 400장 정도 되는(책의 800페이지에 해당) 책을 한 번에 자를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는 그렇게 두꺼운 책들이 거의 없어 대부분의 책들을 한 번에 깔끔히 자를 수 있었다.

그렇게 낱장으로 분해된 책들을 집에서 이미 사용 중이던 양면스캔이 가능한 복합기를 그대로 이용해 PDF 파일로 스캔했다.

복합기는 공식적으로는 한 번에 50장(양면 스캔하므로 100페이지)까지 스캔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으나, 실제로는 대개 70-80장 정도(140~160페이지)까지 한 번에 자동으로 스캔할 수 있었기에, 대개의 경우, 그냥 복합기에 이 정도 분량씩 놓아두고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끝이었다. 간혹 분량이 많아 여러 번으로 나누는 경우, ezPDF 앱으로 하나의 PDF 파일로 합쳐주었다.

하루에 두세 권에서 10여 권까지 미리 작두로 분해해 둔 후, 왔다 갔다 하면서, 틈나는 대로 스캔을 했다.

그리고 스캔을 마친 책들은 PDF 파일을 확인 후 과감히 버렸다.

이제 내 책장에는 종이책이 10여 권도 되질 않는다. 그 책들은 여전히 PDF 형태로 서버에 남아있다.

책장에는 이제 늘어난 빈칸들만 남았다. 올해는 저 책장까지 치울 수 있으면 한다.

사람이 웅켜지고 놓지 않으려 하는 것이 때로는 진짜 알맹이가 아닌 껍데기일 때가 있다.

마치 종이책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내용이 진짜 중요한 것처럼. 종이책도 그 정보를 활용하지 못하면 그저 쓰레기일 뿐인데.

참고로, 책을 볼때는 통상의 PDF reader 앱들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특히 태블릿에서 볼때는 ReadEra라는 앱을 이용한다. 돈을 내는 유료 버전도 있기는 하지만, 난 그냥 무료버젼을 사용하다. 내겐 무료버젼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앱은 다른 PDF reader앱들과 달리, PDF로 된 파일들의 첫 메이지를 아래처럼 앱상에서 보여주기 때문에, 마치 전자도서관을 보는 듯한 효과를 내주는 장점이 있다.

원하는 경우 책들을 나열하는 방식들을 변경할 수도 있다.

유료버젼의 경우는 파일의 중간에 색칠하기등의 여러 추가적인 ebook 기능들을 제공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