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었때문인지 그 원인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강원도 태백에는 “실비집”이라는 이름의 고깃집들이 꽤나 여럿 있다. 막상 가보면 그렇게 비싼 것은 아니지만, 또한 엄청나게 저렴한 것도 아닌데, 이 동네에는 유독 실비집이란 이름의 고깃집이 많다.
특이한 것은 이 식당들의 테이블은 모두 예외 없이 원통형 테이블을 제공하고, 또한 연탄불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는 점이다. 또한 한우 중에서, 양념된 갈빗살과 등심을 주로 판매한다. 이 때문에, 고기 맛은 매우 좋지만, 연탄불에서 나오는 가스 냄새가 거슬릴 때가 있기도 하다. 또한 태백의 실비집들은 식당 내부 공간이 그렇게 세련되게 정리되기보다는, 실내 공간이 다소 지저분한 느낌을 주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백으로 여행을 갈 때면 으례히 실비집을 가게 되는 것 같다.
이번에 강원도 여행을 하면서도 태백 황지 연못에 인접한 고원한 우 실비집에 들려 식사를 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찾게 된 식당이다.
이전에는 태백으로 여행을 가게 되면, 황지를 방문한 후, 늘 가곤 하던 다른 유명한 실비집이 있었는데, 이번에 새로운 실비집을 선택한 것이다. 이전에 자주 다니곤 하던 실비집을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때, 몇 가지 실망이 겹쳤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주인이 내어온 고기의 양념 갈빗살 맛이 한우가 아니었다. 덕분에 유독이나 한우 맛에 민감한 가족의 불만을 꽤 오래 들어야만 했다. 마치 속은 것 같은 기분에 한동안 찜찜하기까지 했다.
또한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당시에는 비가 오는 날이어서, 흙바닥으로 되어 있던 실내가 좀 더 지저분하게 느껴졌었고, 날씨 탓에 잘 환기가 되지 않아서인지 연탄가스 냄새가 유독 심했었다. 그래서 그 실비집에 대한 발길을 끊게 되었었다. 실비집 외에 태백시로 여행을 가는 것 자체가 예전처럼 좋게 느껴지지 않아 한동안 태백에 방문하지 않았었다.
그러다, 이번에 강원도를 방문하면서, 처음부터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다시 태백에 들리게 되었고, 다시 실비집에 들리게 되었다. 다만, 이리저리 골라 이전과는 다른 실비집을 찾게 되었다.
이 식당도 다른 실비집처럼 둥그런 스테인리스 테이블과, 죽 둘러앉게 만든 의자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또한 벽면에 수많은 유명인들이 남겨놓은 기록들이 요란했다. 난 처음 왔지만 유명한 식당임을 알수 있었다.
그리고 연탄불이 아닌 참나무 숯을 사용하는 화로였다. 연탄가스 냄새가 없어 좋았다.
막상 상차림을 내어 온 것을 보니, 반찬의 가짓수가 그리 많지 않았고, 특별한 반찬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이전의 다른 곳과 달리, 깔끔해 보였다.
자세히 보니, 테이블의 구석구석이나, 석쇠의 상태, 식기류의 상태가 잡티 없이 깨끗했다.
일단 신뢰가 갔다.
고기는 당연하게도 양념된 갈빗살을 주문했다.
처음엔 어떨지 몰라 2인분만 주문했는데, 먹기 시작하고 곧 다시 추가로 주문해야 했다. 맛있었고, 고기가 연했다.
파채는 신선했고, 짜지 않게 새콤했다. 또한 먹기에 적당한 정도인 5-6센티 정도의 길이로 되어 있었다.
나는 고깃집을 가더라도 파채를 그리 많이 먹지 않는 편이었는데, 이 파채는 꽤 입에 단 거야 지는 맛이었다.
쌈채는 좀 적다 싶었는데, 의외로 고기를 그냥 먹게 되어서인지 이조차 다 먹지 않고 조금 남겼다.
의외였다. 그기를 맛보고 난 후 주로 그냥 파채와 먹는 것이 조금 더 잘 어울리는 맛처럼 느껴졌다.
이 집 반찬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국물김치였다.
시지 않았고 개운했다. 다시 주문해야만 하는 맛이었던 것 같다.
겨울의 끝이어서인지, 풋고추 무침이 이상하게 입에 당겨졌다. 짤듯해 보였으나, 짜지 않았고, 맛있을 거라고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았다.
반찬 중에는 명이나물도 있었는데, 깔끔하고 맛있었으나, 일반적인 맛이었다.
사이드로 나온 고사리 무침은 토속적인 맛이었는데, 꽤 맛있었다.
또한 반찬 중에는 감자볶음도 있었는데, 이것은 강원도 다웠으나, 그렇게 인상적인 것은 아니었다.
미처 생각한 것보다 고기를 과식하고, 이 집에서 처음 본 된장 국수로 마무리를 했다. 된장국에 소면을 넣어 끓인 요리였는데, 일반적인 잔치국수와는 또 다른 색다른 맛이었다.
이 새로 찾은 실비집 덕택에 이제 다시 태백에 가볼 마음이 생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