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행기 비상구를 조작하거나 만지는 승객들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 2023년에 아시아나항공 비상구 개방 사건이 큰 이슈가 됐었는데, 그 이후로도 여전히 비슷한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비상구를 장난으로 만졌다, 화장실인 줄 알았다, 이런 변명이 통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심각한 범법행위다. 벌금형도 없이 바로 징역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오늘은 비행기 비상구 조작이 왜 그렇게 심각한 문제인지,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 정리해보려 한다.
이런 사건이 한두 번이 아니다
비상구 개방 시도 사건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고 있다. 2023년 5월에 아시아나항공 비상구 열림 사건이 있었고, 같은 시기에 제주항공에서도 비상구 개방 난동 사건이 있었다. 그해 11월에는 뉴욕에서 인천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마약을 투약한 승객이 비상문을 개방하려고 시도한 기내 난동 사건도 있었다.
한 항공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비상구를 조작하거나 조작을 시도한 사례가 14건에 달한다고 한다. 적지 않은 숫자다.
가장 최근 사례만 봐도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12월 4일에는 인천에서 시드니로 가는 비행기에서 한 승객이 이륙 직후 비상구 도어 핸들을 조작했다. 승무원이 즉각 제지하자 그 승객이 한 말이 “기다리며 그냥 만져 본 거다. 장난으로 그랬다”였다고 한다. 11월에는 인천에서 시안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운항 중에 비상구 도어를 조작한 승객이 화장실인 줄 착각했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7일에는 방콕에서 인천으로 향하던 항공편에서 외국인 남성 승객이 비상구 근처 승무원 전용 좌석에 무단으로 앉았다가, 돌아가라는 요청에 불응하고 고성을 지르며 승무원을 위협한 뒤 비상구 방향으로 접근하는 난동을 벌였다. 승무원들이 기장 지시에 따라 해당 승객을 포박해서 분리된 공간으로 이송했고, 착륙 후 경찰에 인계됐다고 한다.
실제로 비상구가 열린 경우도 있다
더 심각한 건 비상구가 실제로 열려버린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12월 5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베트남 다낭으로 향하는 항공편에서 비상구가 강제 개방되는 일이 벌어졌다. 한 승객이 비상구를 화장실로 오인해서 레버를 잡아당겼고, 이 과정에서 비상탈출용 슬라이드까지 펼쳐졌다고 한다.
이 사고로 원래 오후 6시 40분에 출발할 예정이던 비행기가 3시간 넘게 지연됐다. 결국 대체 항공기로 승객들을 옮겨 태운 후 오후 10시쯤에야 이륙할 수 있었다고 한다. 수백 명의 승객들이 공항에서 몇 시간을 기다려야 했던 것이다.
당시 항공기는 승객을 모두 태우고 이륙을 준비하던 상황이었다. 비행기가 이륙하면 안전핀이 잠겨서 승무원 조작 없이는 개폐가 불가능한데, 이륙 전에는 일반 승객도 비상구를 조작할 수 있는 상태다. 화장실로 착각했다는 게 변명이 될 수 있을까. 비상구 근처에는 분명히 비상구라는 표시가 있고, 화장실과는 위치도 생김새도 다르다.
왜 이렇게 심각한 문제인가
비행기 비상구는 말 그대로 비상 상황에서만 사용하는 문이다. 운항 중에 열리면 기내 기압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승객과 승무원 모두 심각한 위험에 빠질 수 있다. 2023년 아시아나항공 사건 때도 착륙 직전에 비상구가 열리면서 승객들이 공포에 떨었다.
사실 비행기가 높은 고도에서 비행할 때는 기내와 기외의 압력 차이 때문에 문이 물리적으로 열리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착륙 전후 낮은 고도에서는 열릴 수도 있고, 무엇보다 비상구를 조작하는 행위 자체가 승무원과 다른 승객들에게 큰 불안을 주고 운항에 지장을 초래한다. 출발이 지연되거나 회항하는 경우도 생긴다.
비상탈출용 슬라이드가 한번 펼쳐지면 다시 접어서 쓸 수가 없다. 슬라이드 교체 비용만 해도 수천만 원에서 억 단위에 달하고, 대체 항공기를 투입하거나 운항이 지연되면서 발생하는 비용도 어마어마하다.
처벌이 생각보다 무겁다
비상구 조작은 항공보안법으로 처벌받는다. 항공보안법 제23조에는 승객이 항공기 내에서 출입문, 탈출구, 기기의 조작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이를 위반하면 항공보안법 제4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중요한 건 벌금형이 없다는 점이다. 가벼운 처벌이 아니라 바로 징역형이 적용될 수 있는 심각한 범죄라는 뜻이다. 장난으로 그랬다, 몰랐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
실제로 처벌받은 사례도 있다. 2024년 8월에 제주에서 출발하는 비행기에서 비상구 레버 덮개를 열어서 출발을 1시간 이상 지연시킨 승객이 있었는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80시간이 선고됐다. 실제로 문을 열지 않았어도, 레버 덮개를 여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처벌받은 것이다.
항공사들의 대응 방침
항공사들은 앞으로 비상구 조작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형사 고발은 기본이고, 실질적인 피해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도 검토한다고 한다. 비행기 출발이 지연되거나 회항하면 연료비, 공항 사용료, 다른 승객들에 대한 보상, 슬라이드 교체 비용 등 엄청난 비용이 발생한다. 이런 비용을 해당 승객에게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해당 승객에게는 탑승 거절 조치까지 취할 예정이라고 한다. 앞으로 그 항공사 비행기를 못 타게 되는 것이다.
기내에서 난동을 부리는 승객에 대해서도 강력히 대처하고 있다. 방콕발 항공편에서 난동을 부린 승객의 경우 승무원들이 기장 지시에 따라 포박하고 분리된 공간으로 이송한 뒤 착륙 후 경찰에 인계했다. 항공기 운항 중 안전을 저해하는 불법 방해 행위에는 이처럼 현장에서 바로 제압하고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비상구 좌석 승객에게 별도 안내문도 배포하고 있다
일부 항공사는 비상구 좌석을 선택한 승객에게 별도의 안내문을 배포하기 시작했다. 국제선 체크인 카운터 등에서 한글과 영문이 함께 적힌 안내문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안내문에는 비상구 좌석은 비상 시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비상구를 개방하고 다른 승객의 탈출을 도울 수 있는 승객에 한해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안내문 말미에는 승무원의 지시 없이 비상구 출입문이나 기기 등을 임의로 조작하는 경우 항공보안법에 따라 최고 10년 징역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 문구도 명시되어 있다.
비상구 좌석은 다리 공간이 넓어서 선호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만큼 책임도 따른다는 걸 미리 알려주는 것이다. 이런 안내가 있으면 나중에 몰랐다는 변명도 하기 어려워진다.
비상구 좌석에 앉으면 주의해야 한다
비상구 좌석에 앉게 되면 비상 상황 시 승무원을 도와 탈출을 지원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 그래서 체크인할 때 신체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비상시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호기심에, 혹은 무심코 비상구 손잡이를 만지거나 조작해보면 안 된다.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으면 승무원에게 물어보면 된다. 비상구는 화장실과 위치도 다르고 생김새도 완전히 다른데, 착각했다는 건 정말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이다.
장난이라고 해도, 착각이라고 해도 처벌 대상이다. 승무원이 제지하면 즉시 따라야 하고, 이상한 행동을 하면 주변 승객들도 신고할 수 있다.
정리하면
비행기 비상구를 조작하거나 조작을 시도하는 건 항공보안법 위반으로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는 심각한 범죄다. 장난이었다, 몰랐다, 화장실인 줄 알았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항공사들은 앞으로 형사 고발, 민사 손해배상, 탑승 거절까지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고, 비상구 좌석 승객에게는 별도 안내문을 배포해서 법적 책임을 명확히 고지하고 있다.
2023년에만 여러 항공사에서 비상구 개방 시도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고, 이후에도 비슷한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다. 12월에만 며칠 간격으로 여러 건의 비상구 관련 사건이 발생했다. 실제로 비상구가 열려서 슬라이드가 펼쳐지고 수백 명의 승객이 몇 시간씩 기다려야 했던 경우도 있고, 기내에서 난동을 부려 포박당한 경우도 있다.
비행기 안전은 모든 승객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다. 비상구는 절대로 호기심이나 장난으로 만져서는 안 되는 곳이다. 이런 상식이 더 널리 알려져서 비슷한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