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여 장에 가까운 클래식 CD, 그리고 Navidrome이라는 선택

1000여 장에 가까운 클래식 CD, 그리고 Navidrome이라는 선택

집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클래식 CD가 어느새 1000여 장에 가까운 수준이 되었다. 처음에는 이 물리적인 컬렉션이 참 든든하게 느껴졌다. 케이스와 북릿을 한 장씩 꺼내 보는 재미도 있었고, 한 줄 한 줄 채워지는 CD장을眺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했다.

그런데 시간이 꽤 흐르고 나서부터 문제가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보관을 나름대로 신경 썼다고 생각했는데도, 어느 날 갑자기 특정 트랙이 더 이상 재생되지 않는 CD들이 나타났다. 일부 디스크는 중요한 곡이 들어 있는 트랙만 반복해서 튀거나, 아예 인식조차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몇 장은 눈물을 머금고 버려야 했다.

시리즈 박스세트는 또 다른 고민거리였다. 구성 CD 중 한두 장만 어딘가로 사라져버려, 더 이상 온전한 세트라고 부르기 애매해진 경우도 있었다. 박스는 멀쩡히 남아 있는데, 정작 듣고 싶은 디스크가 빠져버린 상황이 의외로 자주 반복됐다.

이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대로 두면 언젠가는 정말 듣고 싶은 음반부터 하나둘씩 사라져 버리겠구나.”

그래서 어느 시점부터는 마음을 굳히고, CD를 차근차근 파일로 리핑하기 시작했다. 하드디스크와 NAS에는 FLAC, MP3 파일들이 차곡차곡 쌓여 갔지만, 정작 음악을 듣는 경험 자체가 편해졌느냐 하면 또 그렇지만은 않았다. 폴더를 뒤적이며 파일명을 더블클릭하는 방식은, CD를 꺼내는 수고가 단지 “폴더 탐색”이라는 다른 수고로 형태만 바뀐 것뿐인 느낌이었다.

그때 만나게 된 프로그램이 바로 Navidrome(나비드롬) 이다. 지금은 이 프로그램 덕분에, 리핑해 둔 클래식 음반들을 마치 개인용 스트리밍 서비스처럼 편하게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이 글은 Navidrome이 어떤 프로그램인지, 실제로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그리고 윈도우 PC나 안드로이드 환경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정리해 보려는 기록이다.

Navidrome ?

Navidrome은 간단히 말해 자가 호스팅 음악 스트리밍 서버다.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 집에 있는 NAS, 라즈베리파이, 윈도우 PC 등에 설치해 두고

  • 그 안에 저장된 음원 파일(FLAC, MP3 등)을 인덱싱한 뒤

  • 웹 브라우저나 모바일 앱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스트리밍해서 듣게 해주는 서버

느낌만 놓고 보면 “내가 가진 음원으로 만드는 나만의 스포티파이”에 가깝다.

가장 큰 차이는, 음악 파일이 모두 자기 장비 안에 있다는 점이다. 상용 스트리밍 서비스처럼 월 구독료를 지불할 필요도 없고, 서비스 종료나 음원 계약 변화에 따라 라이브러리가 뒤흔들릴 걱정도 없다. 이미 가지고 있는 NAS, 라즈베리파이, 윈도우 PC를 활용하면 추가 비용도 크지 않다.

단순 폴더 재생과의 차이점

음악 파일을 재생하는 것만 놓고 보면, 폴더를 공유해 두고 플레이어로 여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보일 수 있다. 윈도우 탐색기에서 폴더를 열고, 파일을 더블클릭해 재생하는 방식도 처음에는 크게 불편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클래식 음반이 수백, 수천 장으로 불어나면 상황이 달라진다. Navidrome을 사용하면서 특히 크게 체감한 차이를 몇 가지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접근성이 완전히 달라진다.

집에서는 같은 네트워크에 연결된 PC,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에서 브라우저만 열면 곧바로 Navidrome에 접속할 수 있다. 외부에서는 LTE/5G를 통해 집에 있는 서버로 접속해, 평소 듣던 라이브러리를 그대로 즐길 수 있다. 특정 기기에 매번 플레이어를 세팅해 둘 필요가 줄어든다.

둘째, 음악이 ‘파일’이 아니라 ‘라이브러리’로 보인다.

Navidrome은 각 파일 안에 들어 있는 태그 정보를 읽어, 작곡가·앨범·장르·연도 단위로 정리해 준다. 폴더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든 상관없이, 음악 자체를 중심으로 탐색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오늘은 이 작곡가의 협주곡만 골라 듣고 싶다” 같은 접근이 자연스러워진다.

셋째, 검색과 필터 기능이 강력하다.

작품 번호, 지휘자, 오케스트라, 레이블 이름 등 다양한 요소로 필터링할 수 있다. 클래식처럼 메타데이터가 중요한 장르에서는 이 검색 기능 하나만으로도 체감 효용이 상당하다.

넷째, 플레이리스트와 ‘이어 듣기’가 자연스럽다.

좋아하는 악장들만 골라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두거나, 박스 세트 전체를 하나의 리스트로 묶어 출퇴근길에 나눠서 듣는 식의 사용이 가능하다. 기기가 바뀌더라도 어디까지 들었는지 기억하고 이어 들을 수 있다는 점도 편리하다.

Navidrome 위에서 다시 살아난 나의 클래식 CD들

클래식 CD 컬렉션에는 특유의 고민이 많다.

  • 같은 작품인데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다른 음반이 여러 장

  • 한 작품이 악장 단위로 잘게 나뉘어, 트랙 수가 지나치게 많은 음반

  • 시리즈 박스세트는 디스크 번호 위주로만 정리돼 있어, 곡 단위로 찾기가 번거로운 구조

CD만으로 듣던 시절에는, 책장 앞에서 케이스를 꺼내고 북릿을 넘기며 트랙을 고르는 과정이 어느 정도는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지곤 했다. 하지만 한 번 듣기 위해 이런 절차를 매번 반복해야 한다면, 점점 재생 버튼을 누르기까지의 진입 장벽이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보관 과정에서 특정 트랙이 더 이상 읽히지 않아 CD를 버려야 하는 경우나, 박스세트 일부 디스크 분실 같은 일이 반복되니, 물리 매체에만 의존하는 방식이 불안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Navidrome을 사용하면서 이런 부분이 많이 달라졌다.

작곡가, 작품 번호, 지휘자, 연주자 정보를 태그에 넣어 두면, “특정 곡을, 특정 연주로” 듣고 싶을 때 즉시 찾을 수 있다.

여러 트랙으로 쪼개진 악장들도 하나의 재생 목록으로 묶어 연속 재생할 수 있고, 오랜만에 꺼내 듣고 싶은 박스세트도 클릭 몇 번이면 전체를 큐에 올릴 수 있다.

결과적으로, 책장에 꽂혀 있던 1000여 장에 가까운 CD들이 Navidrome 안에서는 언제든지 검색하고 꺼내 들을 수 있는 거대한 음악 데이터베이스로 변한다. 소장과 감상의 간격이 훨씬 좁아지는 순간이다.

NAS, 라즈베리파이뿐 아니라 윈도우와 안드로이드에서도

Navidrome이라고 하면 흔히 NAS나 라즈베리파이 위에 올리는 음악 서버를 떠올리지만, 윈도우 PC와 안드로이드폰 중심의 환경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1. 윈도우 PC만 있는 경우

집에 항상 켜 두는 데스크톱 PC가 있다면, 그 PC 자체를 Navidrome 서버로 사용할 수 있다.

  • Navidrome 공식 페이지에서 윈도우용 실행 파일을 내려받아 설치하고

  • 음악이 저장된 폴더 경로를 설정한 뒤

  • Navidrome을 실행해 두면, 같은 네트워크 안의 다른 기기에서 브라우저로 접속해 사용할 수 있다.

이 방식은 서버 역할을 하는 윈도우 PC가 꺼져 있으면 접속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항상 켜져 있는 NAS”만큼 안정적이진 않지만, 추가 장비 없이 Navidrome을 경험해 보기에는 충분히 좋은 출발점이 된다.

2. 안드로이드 폰에서 Navidrome 사용

Navidrome은 기본적으로 서버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안드로이드폰 하나만으로 서버와 클라이언트를 모두 해결하기는 어렵다. 대신 집에 있는 NAS나 윈도우 PC에 Navidrome 서버를 띄워 두고, 안드로이드폰은 클라이언트로 접속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사용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Navidrome 주소로 접속해,

  • 웹 인터페이스에서 바로 재생하는 방법

  • Subsonic API를 지원하는 안드로이드용 음악 플레이어 앱에

  • Navidrome 서버 주소를 등록해, 전용 앱처럼 사용하는 방법

두 번째 방식은 일반 음악 스트리밍 앱과 비슷한 감각으로 쓸 수 있다. 플레이리스트 관리, 일부 곡의 오프라인 캐시 저장 등도 가능해, 모바일에서 자주 듣는 경우에 특히 편리하다.

어떤 환경에서 Navidrome이 특히 잘 맞을까

Navidrome이 꼭 필요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나눠 본다면, 대략 이런 기준이 떠오른다.

  • 이미 파일 기반 음원 컬렉션이 꽤 쌓여 있는 경우 (CD 리핑, 다운로드 음원, 라이브 녹음 등)

  • 소장한 음원을 스트리밍 서비스처럼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듣고 싶은 경우

  • NAS, 라즈베리파이, 윈도우 PC 등 상시 구동하기 수월한 장비가 하나쯤 있는 경우

  • 상용 스트리밍 서비스를 사용하더라도, 개인 컬렉션은 별도로 안전하게 관리하고 싶은 경우

반대로, 로컬에 저장된 음원이 거의 없고 스트리밍 서비스의 라이브러리만으로도 충분하다면 Navidrome의 장점이 크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이 프로그램은 파일 기반 음악 컬렉션을 가진 사용자를 위한 도구에 가깝다.

소장과 편리함 사이에서 찾은 하나의 해답

CD를 모으는 일에는 단순한 음악 감상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케이스를 꺼내 북릿을 넘기며 녹음 시기와 레이블, 연주자 정보를 읽어 내려가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작은 의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 의식을 매번 치르지 않으면 음악을 듣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점점 손이 덜 가게 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여기에 디스크 손상이나 박스세트 일부 분실 같은 리스크까지 더해지면, 물리 매체만으로는 불안함이 남을 수밖에 없다.

Navidrome은 이 사이에서 나름 균형 잡힌 해답을 제시해 주는 도구처럼 느껴진다.

  • 물리적인 소장은 여전히 책장을 채우는 CD들이 맡고,

  • 실제 감상과 관리, 검색과 스트리밍은 NAS·윈도우·라즈베리파이 위의 Navidrome이 담당하는 구조.

1000여 장에 가까운 클래식 CD 컬렉션이, 단순한 “소장품”을 넘어 언제든지 꺼내 들을 수 있는 “살아 있는 라이브러리”로 바뀌는 과정의 중심에 Navidrome이 있었다.

다음에는 시놀로지 NAS, 라즈베리파이(OpenMediaVault), 그리고 윈도우 PC 환경에서 Navidrome을 실제로 설치하고, 리핑한 음반 폴더를 연결하는 과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정리해 볼 예정이다.

음악 서버를 한 번쯤 직접 구축해 보고 싶다면, 천천히 따라가며 경험해 볼 만한 여정이 될 것이다.